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디.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내가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모두 배웠다.
한번 뿌리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그러나 결코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나무가 말이다.
내 곁에 항상 있었지만 그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나무를 나는 그렇게 만났다.
상처를 주는 것과 감정에 솔직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은 서로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상처를 주는 것은 한쪽에서 한쪽으로 향하는 일방통행이다. 그리고 결국 그 상처는 상대를 찌른 만큼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오며, 아픈 후회로 남게 된다.
나무가 아름다운 건 그 곁에 작은 풀이 있고, 밤새워 우는 작은 벌레가 있고, 날개 접고 쉬는 작은 새가 있어서입니다.
사람은 길어야 백년이지만 나무는 천 년을 삽니다.
내 안에는 과연 기나긴 시간 더디면 더딘 대로 그렇게 노력해 온 무언가가 있는지를.
모든 걸 자연의 순리대로, 수억년 전부터 이어져 왔던 삶의 원칙대로 행할 따름이지.
서어나무와 그 친구가 내게 그렇듯. 이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힘이 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이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사는게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내 안의 고집스러움. 남을 이기려는 마음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전나무. 깊은 산속에서 더불어 곧게 자라는 전나무는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이를 먹어간다.
이제는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남은 날들을 무엇으로 채울 겁니까?
누군가 나에게 물어온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꼭 나무처럼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