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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공부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이다. 비트코인의 존재 자체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어렵사리 구축되었던 달러 중심의 국제 무역, 금융질서의 붕괴와 전환을 의미한다.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 질서는 왜 위태로워졌을까? 그리고 이 질서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갈까?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총체적인 현상으로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금융론은 물론 역사와 인문 철학을
저자
오태민
출판
거인의정원
출판일
2023.04.15

 

미국의 세계질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지지했다. 

 

개인의 선택권에 대한 신앙적인 추앙이야말로 오늘날 세계체제의 빛나는 산물이다. 이 신념들이 현재  자신을 있게 한 물적, 제도적 조건들에 적지 않은 부담과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선택권을 신성하게 여기는 풍토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특징을 드러낸 셈이다.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달성을 돕는 일에 도덕적 가치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인들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전투적 자유주의가 우주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최종적인 도덕체계라는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큰 셈이다. 

 

강대국이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정학적 질서에 영향을 미칠 세력균형과 관련한 사안이다.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고귀한 가치는 늘 순위에서 밀린다. 

천안문 사태 당시에는 미국이 중국과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했으나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쟁점이 바뀐 것이 아니라 쟁점을 해석하려는 의작 바뀐 것인데, 의지가 바뀐 이유는 세력 균형이 변했기 때문이다. 세력균형이 변함없다면 지금의 미중대립도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물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모른다. 그렇다면 매중 간의 데탕트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쪽이 진실일 수 도 있다. 

 

미국의 이상주의자들은 중국도 부유해지면서 다원화될 것이고 결국 공산당 1당 체제도 연착륙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은 부유해질수록 대외적으로는 공격적인 태도를, 대내적으로는 집단주의 색채를 강화하며 더욱 경직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세계를 관리하는 미국의 엘리트들이 과거 미국의 적국이었거나 현재도 적국인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면서 정작 자국민은 소외시켰다는 불만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트럼프 후보가 자주 했던 말은 바로 "내가 당신들의 목소리다"였다. 

 

미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중국과 일본이 손잡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역사를 통해 우리는 강대국이 선택할 수 있는 지정학 전략의 경계선을 추론할 수 있다. 미국이 서태평양을 관리하지 않기로 하면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블록이 형성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서태평양으로 힘을 투사할 수밖에 없게 된 동아시아 블록이 미국의 새롭지만 '오래된 골칫거리'로 재부상할 것이다. 

 

달러시스템은 지구에서 가장 광범위한 금융규칙이다. 

 

패권을 소유한 국가가 경제와 패권의 선순환이라는 영구기관을 믿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만큼 주도권은 이를 쥔 사람의 눈을 가려 현실적인 변수를 무시하고 미래를 낙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복잡하고 미묘한 미국과 일본의 전후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포인트를 시야에 담아야 한다. 일본이 미국과는 별개로 중국이나 북한에 접근하려 한 것인데 소위 일본의 자주외교 노선이다. 오키나와의 완전한 주권회복, 특히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둘러싼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다. 일본의 대미무역 흑자 조절과 일본의 미국채권 투자 등 적어도 경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본의 미국원조 프로그램들이다. 미국의 요구에 이 모두, 혹은 하나라도 어깃장을 놓는 일본의 정치인은 마치 영화 골든슬럼버처럼 백주에 모욕당하고 권력을 내놓아야 했다. 

 

강대국들의 충돌은 왜 불가피할까? 그 이유는 서로의 의도를 잘 모르기때문이다. 

따라서 강대국들은 상대의의도가 아니라 실력을 의식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단일화된 세력

 

죄수의 딜레마는 인간의 영원한 굴레다. 자기 나라의 배는 약소국의 영역을 무사통과하더라도 약소국의 배는 자기 세력권에 마음대로 들어오게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지역 패권국에는 최선이며 각국이 자기 영역에서 패권을 장악하려고 피를 튀기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전체의 이익을 돌보는 강대국이 지구 전역에 대해 제국주의적 관심을 갖지 않게 되면 지역의 패권국가들은 자기 영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선택을 할 것이다. 결국 원거리 항해는 위험하고 비싸질 것이며, 이는 지역에서조차 패권을 잡을 수 없는 나라들의 상거래 비용을 크게 올릴 것이다. 

 

국가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가 스스로 자유상태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능력에 도전하는 속성 때문에 비트코인은 지정학 게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나라마다 자유주의가 뿌리내린 정도가 다르고, 국가의 권능을 제약하는 한계점에 대한 정치적 합의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히려 비트코인이 중국의 전략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중국의 체제는 자본의 국경 이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는중국이 자본을 통제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이 다른 알트코인과 구별되는 지점은 비트코인의 게임상대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력한 국가의정부 들이라는 점이다. 

 

화폐란 그 자체로 보편성을 갖는다. 

 

비트코인은 보편성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보편질서에 목마른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다. 특히나 지식과 정보, 물질적 수단으로는 시대가 정하는 지정학적 질서를 역행할 수 없는 미시적 개인들에게 비트코인은 보편질서로 향하는 버스의 탑승권 같은 존재다. 

 

지정학의 시대란 솔직히 말하면 지리 때문에 세계의 통합이 깨지는 시대를 가리키지만 대중이 너무 놀랄까 봐 지식인들이 엄선한 어휘다. 우리가 직면한 시대는 무질서가 보편질서를 압도하는 어지러운 세상이다. 

 

무거운 금괴와 종이달러, 비트코인 중에서 어떤 가치물이 국경을 넘는 동안 보안검색대나 국경수비대 혹은 헐벗은 난민들로부터 가족들의 자산을 지켜줄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는 가장이라면, 이 세 가지 가치물 중 무엇이 지정학의 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가치물인지 선택하라는 시험문제에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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