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최부장은 화이트보드에 '두려움'과 '실패' 두 단어를 쓴다.
"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실패를 고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업무를 할 때 '이걸 해도 될까?', '실패하면 어떡 하지?' 하는 의문은 어쩌면 두려움일지 모릅니다. 두려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세요. 맞다고 판단한다면 밀어붙이시고요. 실패할까 두려워서 주저앉지 말고 진취적으로 해보라는 얘깁니다. 이것이 우리 팀의 기본 마인드입니다."
“오랜만에 김 부장님 목소리 들으니 좋다. 그 아파트 조합설립 앞두고 있다고 하시네.” “그게 좋은 거예요?” “주민들이 움직인다는 뜻이거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한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추진해도 다른 세대주들이 관심 없으면 진행이 안 돼. 아마 주변에 새 아파트들 들어선 거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야.” “네, 부동산에서 말한 게 그 내용이었네요.” “매물은 있대?” “네, 많지는 않은데 있긴 있대요.” “그래, 최근 실거래도 확인해 보고. 남향이냐 동향이냐, 판상형이냐 타워형이냐 이런 거에도 차이가 있으니까 단지 내에서도 잘 비교해 봐.”
“정 대리는 페라리 타면 행복할 거 같아? 네, 엄청 행복할 거 같아요. 그게 과연 행복일까 쾌락일까. 인스타에 멋진 사진 올리고 나면 행복해? 행복은 잘 모르겠고, 기분이 좋아요 그게 쾌락이야. 쾌락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현재의 쾌락 때문에 정 대리의 목표인 트리마제와 페라리 콤보세트가 멀어지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나 같으면 어떻게 돈 벌어서 그 환상적인 콤보세트를 사 먹을지 고민하겠어. 요즘에 카푸어니 욜로니 하면서 돈 막 쓰고 자랑하는 사람들 보면 마치 궁지에 몰린 생쥐가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정 대리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인생은 한 번 뿐이잖아요. 화끈하게 살아야죠.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잘 들어, 정 대리. 죽는 순간이 단 한 번 뿐이지 우리 인생은 매일매일이야.
"내 말은, 행복을 물건이나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는데서 찾지 말라는 거야. 그런 건 아무리 채워봐야 계속 부족해"
어느 순간 내 인생도 지하철 노전처럼 정해진 길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역에서 정차하고, 정해 진 종점에서 운행을 중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