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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욕망의 진화
〈욕망의 진화〉는 인간 남녀의 서로 다른 욕망 아래 숨겨진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1994년에 출간된 초판에 새로운 연구 성과를 덧붙인 2003년 개정판을 데이비드 버스의 제자이자 한국인 최초 진화심리학 박사인 전중환이 번역하였다. 남녀의 사랑, 연애, 섹스, 결혼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역사를 파헤치고,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적용하여, 남녀의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와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략들을 밝히고 있다. 50명의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6개 대륙과 5개 섬의 1만 47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개정판에 덧붙여진 성적 질투에 대한 연구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도 포함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짝짓기와 연애, 섹스, 그리고 사랑이 근본적으로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바람직한 배우자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짝짓기 전쟁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성공적으로 짝짓기하는 데 따르는 여러 특정한 적응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인간의 심리 기제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녀가 짝짓기 과정에서 부딪혀 왔던 적응적 문제들을 파헤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해 온 복잡한 성 전략을 밝히고 있다.
저자
데이비드 버스
출판
사이언스북스
출판일
2013.12.26

 

욕망의 진화

 

짝짓기 시장에 나온 여성들은 '바람직한' 남자들을 찾는다. '바람직한'이라는 단어는 '자원을 아직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은'이란 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단어가 '바람직한 미혼남'이란 조합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의 짝짓기 욕망을 드러내 준다... 여기서 바람직함은 사회적 지위와 보유한 자원의 정도를 가리킨다. 가장 높은 사회적 지위와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했으면서 아직 임자가 없는 남자를 뜻하는 것이다. 

 

인간은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인간특유의 여러 전략들을 진화시켰다.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내 배우자의 욕망을 지속적으로 채워 주는 것이다. 애초부터 배우자로 하여금 나와 같은 이성과 함께 살게끔 추동했던 바로 그 욕망 말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50쌍의 부부에게 질투심이 일어날 만한 상황을 모두 적어 줄 것을 요청했다. 남성은 자기 아내와 제삼자 사이의 성적인 연루가 질투심을 일으킬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 했고, 자신과 연적을 비교하는 것이 두 번째라고 답했다. 여성은 반면에 남편이 다른 여성과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연적과 이야기하거나, 연적과 입맞춤하면 질투를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요컨대 여성의 질투는 배우자의 투자가 다른 여성에게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촉발되는 반면, 남성의 질투는 배우자가 다른 남성에게 성적 혜택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단서에 의해 주로 촉발된다. 

 

배우자가 처음에 지녔던 짝짓기 욕망을 채워 주는 행동은 배우자를 지키는 전술로서 매우 효과적임이 밝혀젔다. 처음에 배우자를 고를 때 여성은 배우자로부터 사랑과 친절을 바라기 때문에 계속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행동은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남편에게 매우 효과적인 전술이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꾸준히 친절과 애정을 표시하는 남편은 성공적으로 아내를 지킬 수 있다. 

 

남성은 배우자의 신체적 매력을 중시하므로 여성들이 배우자를 지키기 위한 주된 전술로 외모를 향상시키는 전술을 꼽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행동 다음으로 외모를 향상시키는 행동은 19개 범주 가운데 두 번째로 효과적인 전술로 판명되었다. 

 

여자는 남편이 변하리라 믿으며 결혼한다. 

남자는 아내가 변치 않으리라 믿으며 결혼한다. 

둘 다 틀렸다. 

- 무명 씨

 

인간의 짝짓기가 평생 단 한번만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이혼과 재혼은 미국에서 워낙 흔해서 어린아이들 가운데 거의 50퍼센트는 자신을 낳아 준 부모 둘 다와 함께 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혼,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장기적인 애정 관계의 해소는 문화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담은 아래와 같은 글이 이메일로 전파된 적이 있다. 

여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방법 : 여자를 칭찬한다. 여자를 껴안아준다. 여자를 사랑한다. 여자에게 어리광 부린다. 여자를 편안하게 해 준다. 여자를 보호한다. 여자의 손을 잡는다. 여자를 위해 돈을 쓴다. 여자에게 포도주와 식사를 제공한다. 여자를 위해 선물을 사준다. 여자에게 귀 기울여 준다. 여자를 챙겨준다. 여자 곁에 있어 준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여자와 함께한다. 

남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방법 : 벌거벗은 채 맥주를 가져다준다. 

비록 이 유머가 성적 다양성에 대한 여성의 욕망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긴 하지만, 그리고 남성의 욕망을 아마 과대평가하고 있겠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증거의 축적으로 밝혀진 명백한 성차가 매우 잘 반영되어 있다. 

 

어떤 사회적 관계도 짝짓기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남성은 여성의 미소를 잘못읽어 성적 착취로 한 걸음 나아간다. 여성은 남성의 헌신 신호에 회의적으로 반응하여 성적 희생물이 되는 것을 피한다... 때때로 다행히도 우리는 평생을 함께하는 사랑을 찾는다. 개인들의 모임으로서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에 짝짓기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짝짓기가 정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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